20년간 홀로 지낸 80대 할머니, 감염 경로 없는 HIV 판정 충격
남편과 사별한 뒤 무려 20년 동안 시골에서 홀로 살아온 80대 할머니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판정을 받아 의료계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의료진은 국제학술지 임상 사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 최신호를 통해 A씨(85)의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림프종 치료를 위해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HIV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감염 후 면역 체계가 약화되면 각종 합병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내 HIV 감염자는 주로 20~40대가 80% 이상을 차지해, 고령자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 감염 경로, 미궁 속으로
A씨의 HIV 감염 경로는 철저히 미스터리입니다.
- 20여 년 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후 줄곧 시골에서 혼자 생활
- 이후 성관계, 수술, 입원, 수혈, 침술, 문신, 주사 약물 사용 모두 경험 없음
- 두 아들은 모두 HIV 음성 판정
남편의 감염 가능성도 낮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남편은 생전에 대학병원에서 여러 차례 시술을 받았지만, HIV 진단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의 추정
의료진은 A씨의 CD4 면역세포 수치와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점을 근거로, 감염은 수년 전에 이미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고령자 HIV 진단의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에서 감염 경로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자에 대한 HIV 진단 부재라고 지적합니다.
- 대부분의 HIV 검사는 13~64세 대상
- 80세 이상 고령자 감염 통계는 사실상 전무
- 고령자의 성생활을 무시하거나 HIV를 ‘젊은 사람의 질환’으로만 보는 편견이 진단을 늦춤
- 사회적 고립과 낮은 건강정보 이해도 또한 진단 지연의 원인
🧠 HIV와 AIDS, 무엇이 다른가?
- HIV: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 AIDS: HIV 감염 후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돼 발생하는 질환
- 전염 경로: 혈액, 정액, 질 분비물, 직장액, 모유 등 체액
- 전염되지 않는 경우: 악수, 포옹, 키스, 화장실, 수영장, 모기 등
감염 후 증상과 진행 과정
- 급성 감염기 (2~4주)
- 갑작스러운 고열, 목 통증, 발진, 피로
-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김
- 바이러스 양이 매우 높아 전염력 강함
- 잠복기 (2~10년 이상)
- 외관상 특이 증상 없음
- 면역세포 서서히 감소
- 에이즈 발병기
- 면역세포 수치 200 이하
- 이유 없는 폐렴, 결핵, 만성피로, 체중 감소, 대상포진 반복
치료와 관리
치료받지 않은 에이즈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3년이지만, 정기적인 치료와 약물 복용을 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습니다.
- 치료는 평생 지속
- 조기 발견 시 합병증 예방 가능
전문가 조언
- 정기적인 검진: 고령자도 HIV 검사 대상에 포함될 필요 있음
- 편견 해소: HIV는 특정 연령·집단만의 질병이 아님
- 증상 무시 금지: 이유 없는 발열·체중 변화·피로감 시 즉시 진료
이번 80대 할머니의 사례는 감염 경로의 미스터리를 넘어, 고령층 HIV 진단 체계의 허점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입니다. 전문가들은 "HIV는 나와는 상관없는 병"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누구나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