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율은 꼴찌인데, 쌍둥이는 세계 2위… 위험 ‘경고등’ 켜졌다

한국의 출산 현실이 또 하나의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쌍둥이를 포함한 다태아 출산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건강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출산율은 바닥인데, 쌍둥이는 늘어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가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전체 출생아 가운데 쌍둥이 등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 비중
- 2015년: 3.7%
- 최근: 5.7%
불과 10년도 안 되는 사이, 다태아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비중도 함께 증가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준’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수치는 매우 높다. 분만 1,000건당 다태아 출산 건수는 약 28.8건으로, 국제 다태아 출생 데이터에 포함된 국가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해당 국가 평균의 약 두 배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점은 세쌍둥이 이상 출산율이다. 이 수치는 국제 평균의 약 3배 수준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한국만 쌍둥이가 많을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1. 출산 연령의 상승
국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의 평균 연령은 단태아 산모보다 더 높다.
2. 난임 시술의 증가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가 크게 늘었고,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를 2개 이상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3. ‘출산 편의주의’ 문화
고령 출산과 낮은 출산율 속에서, 한 번의 임신으로 두 명을 낳고자 하는 선택이 늘어난 것도 한국 특유의 현상으로 분석된다.
4. 쌍둥이 임신, 결코 가볍지 않다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 임신보다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훨씬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
산모에게는
- 임신중독증
- 조산 위험
- 제왕절개 가능성 증가
태아에게는
- 저체중 출생
- 미숙아 발생
- 신생아 집중치료 필요 가능성
이로 인해 출산 이후에도 의료비 부담과 돌봄 부담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태아 관련 지원은 많지만, 방향이 문제?
현재 한국의 다태아 관련 정책은
✔ 난임 시술비 지원
✔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
✔ 지자체 출산 축하금
등 출산 전후의 ‘사후 대응’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쌍둥이 임신 자체를 줄이기 위한 임신 이전 단계의 예방 정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해외는 이미 방향을 바꿨다. 2000년대 이후 많은 국가들은 다태아 출산을 줄이기 위한 예방 중심 정책으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방식은
- 단일 배아 이식 원칙 강화
- 난임 시술 가이드라인 엄격화
- 의료진과 부부 대상 사전 교육 강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다태아 출산율을 낮추면서도, 전체 출산율은 일정 수준 유지한 사례도 있다. 영국의 경우, 쌍둥이 출산율을 줄였지만 출산율 급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쌍둥이 출산 줄이면, 출산율 더 떨어질까? 우려도
일각에서는 “쌍둥이 출산을 줄이면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산율과 다태아 출산율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을 낳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낳고 키울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정책의 초점은 ‘숫자’가 아니라 ‘건강’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정책 방향으로 다음을 강조한다.
✅ 임신 전 단계에서의 건강 관리 강화
✅ 단일 배아 이식 유도 정책 확대
✅ 난임 시술 구조 개선
✅ 출산 이후 지원은 질적·지속적으로 보완
초저출산 시대일수록 단기적인 출생 숫자보다, 산모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무리
한국의 쌍둥이 출산율 증가는 단순히 ‘아이 수가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만 볼 수 없다. 그 이면에는 고령 출산, 난임 증가, 의료 기술 의존, 돌봄 부담이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해법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출산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찾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