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눈 감으라더니 몰카”… 6년간 여성 400명 넘게 찍고 집행유예?
“눈 감으세요”…엑스레이실에서 시작된 6년간의 범죄

치과에서 벌어진 여성 불법촬영 사건, 왜 형은 줄었나
치과 엑스레이 촬영실에서 수년간 여성 환자들을 불법 촬영한 치위생사가 항소심에서 감형 판결을 받으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범행 횟수만 400회 이상, 기간은 무려 6년에 달했지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 공간이라는 절대적 신뢰가 전제된 장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 “엑스레이 찍으니 눈을 감으세요” 그 말 뒤에 숨겨진 범죄
사건의 전말은 2024년 7월, 인천의 한 치과를 방문한 20대 여성의 신고로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사랑니 발치를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하던 중 치위생사 A씨로부터 “눈을 감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촬영 도중 다리 쪽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아 눈을 살짝 뜬 순간, A씨가 휴대전화로 신체를 촬영하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피해자는 즉시 문제를 제기했고, 휴대전화 사진첩을 확인한 결과 본인 외에도 다수의 여성 신체가 촬영된 영상과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이 신고를 계기로 수사가 시작됐고, 사건은 단순한 우발 범죄가 아닌 상습적·계획적 범행임이 드러났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치과·버스정류장 등에서 449차례 불법 촬영
수사 결과 A씨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6년 동안 자신이 근무하던 치과 엑스레이 촬영실을 포함해 버스정류장 등지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총 449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술에 취해 잠든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도 함께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범행 장소는 대부분 피해자들이 경계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특히 치과라는 의료 환경은 피해자에게 더 큰 심리적 충격을 남겼다.
1심은 실형, 항소심은 집행유예 판결이 바뀐 이유는?
1심 재판부는 “범행 횟수가 매우 많고, 의료 종사자의 지위를 악용한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는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을 줄였다.
✔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자백한 점
✔ 이전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 수사 단계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
✔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점
재판부는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형을 감경했고, 대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등의 보호처분을 명령했다.
“400번 넘게 찍었는데 집행유예?”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이유
이번 판결을 두고 온라인과 시민사회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피해자 수와 범행 기간, 촬영 횟수를 고려하면 집행유예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신체를 맡기고 보호받아야 할 공간이다. 그 신뢰를 악용해 장기간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합의와 배상만으로 실형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자는 무엇으로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복되는 ‘의료 공간 범죄’ 제도적 보완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의료기관 내 성범죄는 구조적으로 피해자가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발생하며,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엑스레이실·진료실 내 사각지대 관리
✔ 의료 종사자 대상 성범죄 이력 관리 강화
✔ 내부 고발·신고 체계 마련
✔ 환자 보호 중심의 감시 시스템 도입
이 같은 제도적 보완 없이는 유사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끝나지 않은 질문 “누구를 위한 감형인가”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량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범행의 무게보다 합의 여부가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라면, 그 피해는 결국 또 다른 약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료 공간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신뢰를 무너뜨린 범죄, 그리고 그에 대한 사법 판단이 남긴 불편한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