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외면받는 서울 부동산… 뜨는 건 '20년 넘은 헌 아파트'

신축 선호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때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던 말이 있었다. 바로 ‘얼어 죽어도 신축’, 줄여서 ‘얼죽신’이다. 입주 5년 이하의 새 아파트만이 가치 있고, 오래된 아파트는 관심 밖이라는 인식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공식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신축보다 준공 20년을 넘긴 구축 아파트의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넘는 아파트 값, 신축보다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시장의 변화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 주간 상승률 0.19% (연령대별 1위)
✅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 상승률 0.17%
✅ 준공 5~10년 이하 준신축 → 상승률 0.16%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통상 ‘어중간한 구축’으로 불리는 10~20년 사이 아파트가 오히려 가장 부진했다는 사실이다. 재건축 기대도 애매하고, 신축 프리미엄도 없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이미 3주 연속 20년 초과 아파트의 상승률이 신축을 앞질렀고, 하반기로 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지는 분위기다.
이유 ① 비싼 신축 대신 ‘몸테크’로 방향 전환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신축 아파트 가격 부담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새 아파트를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수요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오래된 집에서 버티자”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 일단 저렴한 구축에 입주
✔ 실거주하면서
✔ 재건축이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
이른바 ‘몸테크’ 전략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축 가격이 너무 높아진 만큼, 재건축 기대가 있는 노후 단지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유 ② 서울은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
서울 집값을 떠받치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은 공급 부족이다.
- 올해 서울 입주 물량: 약 3만7천 가구
- 내년 예상 입주 물량: 1만 가구도 안 됨
- 2027년 전망: 8천 가구 수준
즉, 시간이 갈수록 새 아파트는 더 줄어들고,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에서는 신규 택지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공급 대안이 거의 없다. 규제가 일부 완화되며 사업성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 폭탄’에 신음 중
아이러니하게도 서울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 전국 미분양 주택: 약 7만 가구
📌 이 중 지방 비중 75%
📌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 12년 만에 최대
특히 문제는 다 지어놓고도 주인을 못 찾는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바로 건설사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다.
건설사 줄폐업… 시장 경고등 켜졌다
올해 들어서만 폐업하거나 등록 말소된 건설사: 2,300곳 이상, 연말까지 3,000곳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분양이 쌓이면
→ 분양 대금 회수 지연
→ 금융비용 증가
→ 자금 경색
→ 폐업
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분양은 안 되고, 금융은 막히고, 버틸 체력이 없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수요는 결국 ‘똘똘한 한 채’로 몰린다
이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나다. 바로 ‘똘똘한 한 채’다.
✔ 대출은 어려워지고
✔ 투자 여력은 제한된 상황에서
✔ 확실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지역에만 돈이 몰리는 구조다.
그 결과 서울 핵심지는 과열, 지방은 침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연말 서울 ‘막판 알짜 분양’에 쏠리는 시선
이런 상황 속에서 강남, 서초, 마포 등 서울 핵심지 분양 단지는 사실상 로또에 가까운 관심을 받고 있다.
📌 분양가 상한제 적용
📌 주변 시세 대비 수억~10억 원 이상 격차
📌 현금 여력 있는 수요자 집중
특히 공급 물량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핵심 입지의 신규 분양은 시장 전체 분위기와 상관없이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어떻게 볼까?
정리해보면 흐름은 명확하다.
✅ 신축 아파트는 비싸다
✅ 그래서 구축, 특히 재건축 기대 단지가 뜬다
✅ 서울은 공급이 막혔다
✅ 지방은 미분양이 넘친다
✅ 돈은 결국 안전한 곳으로만 이동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서울 공급난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서울 내 신축과 재건축 기대 단지의 몸값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아파트 가치는 ‘새것’이 아니라 ‘될 곳’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