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자헛 215억 반환 확정… “관행이 불법이 됐다” 프랜차이즈 업계 비상

프랜차이즈 수익 구조 전면 재검토 신호탄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약 215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의 법적 책임을 넘어,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주 간 수익 구조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대법원 3부는 가맹점주 94명이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쟁점은 ‘차액가맹금’이었다. 차액가맹금이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남기는 마진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관행처럼 굳어져 온 수익 방식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명확했다.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지급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이를 정당한 가맹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관행”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
이번 판결의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가맹계약은 본부가 설계한 조건을 점주가 수용하는 구조이며, 실질적으로 대등한 협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인식했다는 데 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문제 삼았다.
✔ 계약서에 차액가맹금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음
✔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 절차가 없었음
✔ 가맹점주는 지정된 원재료를 선택 없이 구매해야 했음
즉, 점주에게 선택권이 없는 구조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유통 마진”이나 “관행”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보공개서만으로는 부족했다
한국피자헛 측은 정보공개서에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금전 부담이 발생하는 항목은 계약서에 명시돼야 하며, 정보공개만으로는 ‘명시적 합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향후 프랜차이즈 분쟁에서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가 법적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프랜차이즈협회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
판결 직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이번 판결이 “업계의 오랜 상거래 관행을 부정한 결정”이라며,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제시한 우려는 다음과 같다.
- 매출 162조 원 규모 산업 위축 가능성
- 가맹점 10개 미만 소형 브랜드가 72%
- 유사 소송 확산 시 줄폐업 가능성
- 약 134만 명 종사자의 고용 불안
특히 영세·중소 가맹본부 중심의 구조에서는 차액가맹금이 사실상 주요 수익원이었던 만큼, 사업 모델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의 본질은 ‘징벌’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본부를 처벌하기 위한 결정이라기보다, 그동안 점주에게 전가돼 온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낸 판단에 가깝다.
법원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설명하지 않은 비용을 관행이라는 이유로 받아도 되는가”
“계약서에 없는 수익을 당연한 권리로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설명되지 않은 비용은 정당화될 수 없고, 계약에 없는 수익은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다
이번 판결은 피자헛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액가맹금 중심 구조를 유지해 온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다.
앞으로 본부들은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계약서에 수익 구조를 명확히 기재
✔ 로열티 기반 모델로 전환
✔ 비용 산정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인 창업 모델’이라는 신뢰를 유지하려면, 이제는 관행보다 투명성이 우선돼야 한다.
마무리: 이번 판결이 남긴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부와 점주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사건이다. 관행이라는 말 뒤에 숨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신뢰와 계약, 그리고 설명 책임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 이번 판결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