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등에 화물차 멈추나…“차라리 쉬겠다” 기사들, 정부 ‘조기 추경·유류비 지원’ 결정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 급등… 정부는 ‘조기 추경·유류비 지원’ 검토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화물 운송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화물차 기사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일부 운송 기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일을 쉬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 “기름값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
서울 구로구 경인로 인근 물류센터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들은 최근 기름값 상승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택배 물류를 운송하는 한 화물차 기사는 최근 경유 가격 상승으로 한 달 기름값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 달 주유비가 약 480만 원에서 550만 원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해 앞으로는 최소 150만 원에서 많게는 170만 원 정도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차 운송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차량은 경유 엔진을 사용한다. 경유는 일반적으로 휘발유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용차 연료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최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약 1930원을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약 1906원 수준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상황이다. 이처럼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아진 현상은 과거에도 한 차례 발생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경유 공급이 부족해졌고, 그 여파로 국내에서도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유가 충격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꼽는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세계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곳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글로벌 원유 공급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경유 공급이 빡빡한 상황이었는데, 중동 위기까지 겹치면서 경유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 “이틀에 한 번 주유…한 달에 100만원 더 든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부담은 더 크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에 따르면 보통 이틀에 한 번 정도 약 180리터의 경유를 주유하는데, 과거에는 약 25만 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일한 양을 주유할 경우 33만 원에서 34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 기준 약 1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 위해 장거리 이동 중에도 주유 장소를 신중히 선택하고 있다. 서울 지역 주유소는 리터당 2000원에 가까운 가격이 형성되면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방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지방 주유소 역시 이미 리터당 100원 이상 상승한 상황이라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운임은 그대로…부담은 기사 몫
문제는 기름값이 상승해도 화물 운임은 쉽게 오르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다. 화물 운송 계약은 대부분 고정 운임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유가가 상승해도 화주 기업이 운임을 즉각적으로 조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화물차 기사들이 그대로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지속될 경우 운송업 종사자의 경제적 부담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유가 변동에 따라 운임을 조정하는 유가 연동 운임제 같은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유 가격이 더 빨리 오르는 이유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은 국제 석유제품 거래 가격 지표인 MOPS(싱가포르 석유제품 평균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MOPS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700원 수준에서 1040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약 800원에서 1400원까지 올라 상승 폭이 훨씬 더 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경유 수급이 특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유는 화물차, 선박, 산업용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정부 “서민 유류비 지원 검토”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소득 수준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 유류세 추가 인하
✔ 저소득층·서민 대상 직접 지원
✔ 화물 운송 종사자 지원 정책
✔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소비자 지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경 재원, 국채 없이 가능할까
정부는 추경 재원 마련과 관련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회복과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로 세수가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일정 규모의 추경 편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추경 규모와 지원 대상은 향후 경제 상황과 유가 흐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앞으로 유가 더 오를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악화되면 원유뿐 아니라 석유제품 가격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가 바로 물류와 운송 산업이다. 운송비 상승은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유가 급등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리
📌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급등
📌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 발생
📌 화물차 기사 한 달 기름값 최대 150만 원 이상 증가
📌 운임은 그대로라 부담 대부분 기사 몫
📌 정부, 유류세 인하·직접 지원·조기 추경 검토
국제 정세 불안이 길어질수록 유가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화물 운송 업계는 국내 경제의 핵심 물류 기반이라는 점에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의 유가 대응 정책과 국제 정세 변화가 국내 물류 산업의 부담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