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 멈췄다” 한국 첫 민간 로켓 ‘한빛-나노’ 발사 실패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상업용 우주발사체 한빛-나노가 첫 상업 발사에 도전했으나, 비행 도중 기체 이상이 감지되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이번 발사는 한국 민간 우주 산업 역사에서 상징적인 시도로 주목받았던 만큼, 실패 소식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발사 개요
- 발사 시각: 2025년 11월 23일 오전 10시 13분(한국 시각 기준)
- 발사 장소: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
- 발사체: 2단 소형 발사체 ‘한빛-나노’
- 목표 임무: 소형 위성 및 실험 장비 8기, 고도 300km 궤도 투입
발사 직후 상황… “음속 돌파까지는 순조”
이날 한빛-나노는 발사 직후 안정적으로 상승하며 음속을 돌파했다. 초기 비행 구간에서는 큰 문제 없이 계획된 궤적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이 생중계를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발사 약 30초가 지난 시점, 로켓이 비행 중 가장 큰 공기 저항을 받는 ‘최대 동압(Max-Q) 구간’을 통과하던 중 기체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이후 발사체는 정상적인 1단 분리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안전 절차에 따라 비행이 종료됐다. 발사체는 사전에 설정된 지상 안전 구역 내로 낙하했으며, 지면과 충돌했다.
⚠️ 폭발 논란과 공식 입장
중계 화면에서 화염이 포착되며 ‘공중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노스페이스 측은 “폭발 여부는 현재 기술 분석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명 피해나 추가적인 2차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브라질 공군과 협력해 구축한 국제 기준의 안전 체계가 설계 의도대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에서 1단 25톤급 하이브리드 엔진이 정상 점화되고 계획된 비행 구간을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민간 기업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가 실제 발사 환경에서 핵심 엔진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 “음속 돌파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데이터 확보”
✔️ “확보된 비행 데이터는 차기 발사체 개선에 활용 예정”
🛰️ 한빛-나노, 어떤 로켓인가?
한빛-나노는 길이 약 21.8m, 지름 1.4m의 2단 소형 발사체다.
- 1단: 25톤급 하이브리드 엔진
- 2단: 3톤급 액체 메탄 엔진(임무에 따라 하이브리드 선택 가능)
- 수송 능력: 최대 90kg급 소형 위성
대형 국가 주도 로켓인 누리호가 대규모 위성 운송에 초점을 둔다면, 한빛-나노는 소형 위성을 빠르고 저렴하게 발사하는 ‘우주 택배’ 역할을 목표로 한다.
왜 알칸타라 우주센터인가?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적도와 매우 가까운 입지로, 지구 자전 속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로켓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효율적인 발사가 가능하다. 이번 발사는 이 발사장에서 26년 만에 이뤄진 궤도 로켓 발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미 2023년 같은 장소에서 시험 발사체 ‘한빛-TLV’의 준궤도 발사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발사까지 이어진 우여곡절…세 차례 연기 끝 도전
이번 발사는 발사 직전까지 여러 차례 연기를 겪었다.
- 1단 산화제 공급계 냉각 장치 이상
- 발사체 지상 전력 공급계 문제
- 2단 액체 메탄 탱크 밸브 상태 이상
이 같은 기술적 문제로 일정이 세 차례 미뤄졌고, 브라질 공군이 허용한 발사 가능 기간의 마지막 날에야 발사가 이뤄졌다. 당일에도 현지 기상 여건으로 발사 시간이 한 차례 조정됐다.
시장 반응과 향후 과제
발사 실패 소식이 전해지며 이노스페이스 주가는 장중 약 20% 이상 급락했다. 다만 우주 산업 특성상 첫 상업 발사의 실패는 흔한 과정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글로벌 우주 기업들 역시 수차례 실패를 거쳐 현재의 성공 궤도에 올랐다. 비록 이번 발사는 성공적인 궤도 진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이 독자 기술로 상업 발사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발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인 분석 → 설계 보완 → 재도전이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노스페이스는
“국제 기준에 따른 안전 체계가 설계 의도대로 작동했다”며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다음 도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마무리
한빛-나노의 첫 상업 발사는 아쉬운 결과로 끝났지만, 한국 민간 우주 산업이 실제 시장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남겼다. 실패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이 다음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이노스페이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