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굳고 몸이 마비됐다”… 냉동 복어 먹고 섬마을 집단 중독

“혀가 안 움직여요”…섬마을 발칵
전북 군산의 한 섬마을에서 냉동 보관해 둔 복어를 조리해 먹은 주민들이 집단으로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혀가 마비되고 어지럼증을 호소한 고령 주민들이 잇따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복어 조리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는 지난 13일 밤, 군산시 옥도면 인근 섬 지역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던 중, 복어 요리를 먹은 뒤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혀가 저리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몸에 힘이 빠진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소방 당국과 해경이 긴급 출동했다.
응급 이송된 주민들, 다행히 생명엔 지장 없어
복어 요리를 섭취한 주민은 모두 6명. 이 가운데 4명이 혀끝 마비, 어지럼증, 신경 이상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나머지 2명은 현재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중독 증세를 보인 주민들 역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하지만 상황은 자칫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의료진은 이들이 복어 독(테트로도톡신) 중독 초기 단계 증상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냉동해 뒀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치명적 착각
조사 결과, 주민들은 2023년 직접 잡아 냉동 보관해 두었던 복어를 꺼내 튀김 등으로 조리해 나눠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조리 과정에 복어 조리 자격증을 가진 전문 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 냉동해 두면 독성이 사라지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인식이다.
⚠️ 복어 독은 냉동해도,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강력한 신경독이 들어 있다. 이 독은
-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고
- 냉동 보관해도 그대로 유지되며
- 냄새도 없고, 색도 없고, 맛도 없다
즉,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맛을 봐서는 절대 구별할 수 없다.
청산가리보다 수백 배 강한 독…해독제도 없다
테트로도톡신은 청산가리보다 최대 1,000배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소량만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며, 16mg 정도면 성인 남성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까지 해독제가 없다는 점이다. 복어 중독 치료는 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버티는 치료가 전부다.
복어 중독, 이렇게 진행된다
복어 독 중독은 보통 4단계로 진행된다.
1️⃣ 1단계 (섭취 후 20분~3시간)
- 입술·혀끝·손끝 저림
- 두통, 복통
- 메스꺼움, 구토
2️⃣ 2단계
- 말이 어눌해짐
- 감각 이상
- 혈압 저하
3️⃣ 3단계
- 전신 운동마비
- 호흡 곤란
-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은 남아있는 상태
4️⃣ 4단계
- 전신 마비
- 의식 소실
- 호흡·심장 정지
이 단계까지 진행되면 사망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조금 먹었으니 괜찮겠지” 가장 위험한 생각
복어 중독 사고의 공통점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 “예전부터 먹어왔는데 괜찮았다”
- “냉동해 뒀으니 안전할 줄 알았다”
- “조금만 먹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경험과 감각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복어 독은 개체·부위·계절에 따라 독성 농도가 달라 같은 방법으로 조리해도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법으로도 금지…무자격 복어 조리는 불법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복어는 반드시 ‘복어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조리·판매 가능하며, 무자격자의 조리 및 제공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나 마을 단위에서 개인적으로 손질해 먹는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때마다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복어 먹고 이런 증상 느껴지면 즉시 행동해야
복어를 먹은 뒤 아래 증상이 느껴진다면 지체 없이 응급 조치가 필요하다.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증상
- 혀·입·손발 저림
- 현기증
- 두통
- 말이 어눌해짐
- 숨이 가쁘거나 답답함
의식이 있는 상태라면 즉시 토해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빠른 119 신고와 병원 이송이 생명을 좌우한다. 이후 최소 24~48시간 이상 집중 관찰과 호흡 보조 치료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사고, 이제는 끊어야 한다
복어는 “위험하지만 잘 조리하면 괜찮은 생선”이 아니다. 전문가조차 늘 긴장해야 하는 고위험 식재료다. 이번 군산 섬마을 사고는 다행히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조금만 상황이 달랐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복어는 절대 비전문가가 손대서는 안 된다.” ‘괜찮을 것 같다’는 경험과 추측이 아니라, 안 먹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