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붙고도 안 간다" …연·고·가톨릭 수시 합격자 절반 ‘등록 포기’

2026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결과가 공개되면서, 서울권 주요 의과대학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연세대·고려대·가톨릭대 의대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이 절반 가까이 나온 것이다. 의대 합격 자체가 ‘끝판왕’으로 여겨지던 기존 입시 흐름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의대 지원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권 의대 수시, ‘합격 → 미등록’ 역대 최고치
종로학원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시에서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가톨릭대학교 의예과 수시 모집 인원은 총 186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초 합격 후 등록하지 않은 인원은 90명, 미등록 비율 48.4%로 집계됐다.
이는
- 통합 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최고치
- 전년 대비 미등록 인원 증가
- 서울권 주요 의대 중 가장 높은 이탈률
이라는 점에서 입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별 미등록 비율, 고려대 ‘절반 초과’
학교별로 보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고려대 의대
- 미등록 비율 58.2%
- 합격자 10명 중 거의 6명이 등록 포기
연세대 의대
- 미등록 비율 44.4%
가톨릭대 의대
- 미등록 비율 41.1%
반면, 서울대학교 의대는 수시 최초 합격자 전원이 등록, 5년 연속 ‘추가 합격 0명’이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서울대 의대의 ‘절대적 선호도’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지방 의대는 정반대… 미등록 크게 줄었다
서울권과 달리 지방권 의대는 미등록 비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부산대·제주대·연세대 미래캠퍼스 등
- 지방 의대 3곳 합산 미등록 비율: 26.8%
- 전년 대비 약 39% 감소
특히
- 부산대 의대: 미등록 비율 40%대 → 20%대
- 제주대 의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큰 폭 하락
“지방 의대는 붙으면 간다”는 흐름이 더 강해졌다는 의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핵심 원인 4가지
이번 현상은 단순한 ‘변심’ 문제가 아니다. 입시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① 의대 모집 정원 축소
-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듦
- 특히 지방 의대 정원 감소 폭이 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한 번 붙은 곳을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가 됨
② 서울권 의대 ‘중복 합격’ 급증
- 의대 지원자 수 자체는 감소
- 대신 상위권 수험생의 중복 합격 비율은 증가
연·고·가톨릭대 의대에 붙고도, 다른 의대 또는 서울대 의대 합격으로 이동
③ 지방 수험생의 서울권 지원 감소
- 지방 의대 정원 축소
- 지역인재 전형 축소
지방 상위권 학생들이 서울권 의대에 ‘보험 지원’하는 경우가 줄어듦
그 결과 서울권 의대는 중복 합격자 비중만 높아지고, 실제 등록률은 떨어지는 구조가 됐다.
④ N수·반수 도전 감소
- 재수·반수로 의대를 노리던 상위권 수험생 감소
- 의대 지원 풀(pool) 자체가 줄어듦
일부 의대는 ‘합격선은 유지되지만, 지원층은 얇아진’ 상태
파장은 어디까지? 이공계 연쇄 이동 가능성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의대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서울권 의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등록 ➡ 추가 합격 발생 ➡ 서울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과로 이동 ➡ 다시 연쇄 추가 합격
으로 자연계열 전체에 ‘도미노 이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대 / 자연과학대 / 의대 하위권 컷 학과를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추가 합격 일정과 등록 마감일을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리하면
의대에 붙고도 안 가는 시대, 이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 서울권 의대: 중복 합격 증가 → 미등록 급증
✔ 지방 의대: 정원 축소 → 등록률 상승
✔ 서울대 의대: 여전히 ‘절대 강자’
✔ 자연계 전반: 추가 합격 연쇄 이동 가능성 확대
입시는 더 이상 “어디 붙었느냐”보다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게임이 되고 있다. 앞으로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합격 발표 이후의 흐름까지 전략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