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성실히 갚으면 바보?”... 250만원만 갚아도 4750만원 탕감 해준다

역대급 채무조정 확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정부가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겠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채무조정 확대 카드를 꺼냈다. 핵심은 단순하다. 빚의 5%만 갚아도 나머지를 없애주는 제도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을 두고 환영과 함께 도덕적 해이·성실 상환자 역차별 논란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번 정책의 내용과 쟁점,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까지 차분히 정리해본다.
금융위, ‘포용적 금융 대전환’ 선언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1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신속 재기 지원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중심에는 바로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가 있다.
🔑 청산형 채무조정이란?
쉽게 말해,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취약 채무자에게 ‘재기 기회’를 주는 제도다.
✔ 기존 구조
- 개인회생·파산 등을 통해 원금 최대 90% 감면
- 이후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간 성실 상환
- 조건 충족 시 잔여 채무 전액 면제
✔ 이번에 달라진 핵심
- 적용 원금 한도
👉 기존 1500만원 이하 → 5000만원 이하
예시) 원금 5000만원 → 250만원(5%) 상환 시 4750만원 탕감
금융위는 이를 통해 연간 수혜 대상이 약 5000명에서 2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 대상은 누구?
이번 제도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아니다.
📌 주요 대상
- 기초생활수급자
- 70세 이상 고령자
- 중증 장애인 등
- 사실상 상환 능력을 상실한 사회취약계층
금융당국은 “빚을 갚고 싶어도 일·질병·고령 등으로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사람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 진행 중인 다른 빚 정리 정책들
🔹 새도약기금
- 7년 이상 장기 연체, 5000만원 이하 채권 대상
- 정부가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 후 소각·조정
- 이미 7만 명, 1조1000억원 규모 채권 소각
- 협약 금융사 가입률 96% 이상
🔹 새출발기금
-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 지원 대상 사업 기간을 올해 6월까지 확대
- 저소득·취약계층 중심으로 추가 완화 추진 중
즉, 이번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는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흐름의 연장선이다.
“성실히 갚은 사람만 바보?”…논란의 핵심
정책이 발표되자 온라인에서는 즉각 반응이 쏟아졌다.
💬 대표적 반응
“밤낮없이 일해서 빚 갚은 사람은 뭐가 되나”
“이러면 누가 성실하게 갚겠냐”
“결국 세금으로 메우는 거 아니냐”
이른바 성실 상환자 역차별 논란이다.
금융당국의 입장
이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은 선을 그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과거 20년간의 채무조정 정책을 봐도 도덕적 해이가 크게 나타난 적은 없다”며 “실업·질병 등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사유라면 사회가 재기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어려운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내는 구조는 잔인하다”는 인식도 정책 방향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연체채권 추심 구조도 손본다
이번 대책은 채무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연체채권 추심 시장 전반을 구조적으로 정비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문제
- 연체채권 추심업체 800곳 이상 난립
- 진입 요건이 낮아 과도한 추심 경쟁
- 채권 가격 상승 → 추심 강도 증가
개선 방향
- 매입채권추심업 등록제 → 허가제 전환
- 대부업과 겸업 금지
- 부적격 업체 퇴출
- 금융사가 채권을 팔아도 소비자 보호 책임 유지
- 채권 매각 보고·공시 의무 강화
“팔아버리면 끝”이던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금융위는 매달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회의에서는 연체채권 관리 개선안이 집중 논의된다. 이번 정책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구명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남긴다. 다만 분명한 건, 정부가 ‘빚 문제를 개인의 실패로만 보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크게 방향을 튼 첫 신호라는 점이다. 이 정책이 재기의 사다리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이후 제도 운영과 관리에 달려 있다.